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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엄마가, 엄마가 된 나에게

2016.12.29 by Amway ON 3 Vote 1,439

나의 엄마가, 엄마가 된 나에게

엄마들이 엄마에게 물려받은 위대한 유산.

펼쳐진 수기로 적힌 육아일기장 <맘&앙팡> 오정림 편집장의 엄마가 1979년 2월 8일부터 1년여간 쓴 육아일기.

1979

엄마가 출산예정일부터 써내려간 육아일기다. 초등학교 6학년 때 받은 이후 나의 보물상자 안에 두고 단 한 번도 꺼낸 적 없는 엄마의 육아일기. 지난해 아이를 낳고 일기를 꺼내 다시 읽어본 스물여섯 살 엄마의 하루하루는 엄마가 나에게 보내는 편지 같았다. “엄마도 그랬어. 사랑은 가득했지만 서툴렀지. 괜찮아, 내 딸.” 오정림(<맘&앙팡> 편집장, 생후 16개월 지오 엄마)

1979년 2월 15일(목)

오전 8시45분 분만. 딸이란다. 공주님.
그이와 나의 소중한 딸. 예쁘게 키워야지.
예쁜 레이스 속옷도 사다 입히고. 귀하고 건강하게.

1979년 2월 20일(화)

아침 7시에 일어나 젖을 먹고 변도 한 번 보고 잘 자다.
그런데 아가가 변을 어떻게 눠야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
도무지 모르겠다.
설사만 안 하면 되는 걸까?
시간이 조금 더 지나면 나도 엄마 실력이 좋아지겠지?

1979년 3월 7일(수)

오늘이 3주 되는 날. 어머니께서 시키시는 대로 밥, 미역국,
맑은 물 한 그릇씩을 아가 머리맡에 떠놓고 우리 아가 감기 빨리
낫게 해달라고 빌었다. 밤새 코가 막혀 무척 힘들어한다.
어떻게 잠을 잤는지 모르게 신경이 쓰이고 마음이 아프다.
내가 대신 아팠으면 좋겠다. 애처롭다.

크기가 다른 오래된 은수저 4개 크기가 조금씩 다른 은수저는 임선아 씨 엄마가 쓰던 것으로 딸부터 손주까지, 3대째 물려 내려왔다.

1958~1983

3대째 물려 내려오는 은수저다. 엄마가 어릴 때 사용했고, 또 내가 썼고, 지금은 나의 아이가 물려받은 소중한 물건. 아이를 낳고 보니 알겠다. 아이에게 삼시 세끼를 먹이는 것이 엄마의 사랑이라는 사실을. 그래서 이 은수저는 우리 가족에게 그냥 수저가 아니다. 대물림된 사랑이다. 임선아(만 3세 지유 엄마)

니트 워머 임선아 씨 아버지가 어렸을 때 쓰던 니트 워머다. 지금은 임선아 씨 아이가 어깨에 두르고 다니는, 가장 좋아하는 장난감.

1954

할머니가 아버지를 낳고 손수 뜨신 니트 워머다. 추운 겨울에도 아이를 등에 업고 나가 밭일, 논일, 살림을 해야 했던 어려운 시절의 산물. 할머니가 돌아가신 후 유품 정리를 하다 할머니가 들려주신 아버지의 어린 시절 이야기가 떠올라 집으로 가져왔다. 갓난아이였던 아버지의 등을 따뜻하게 데워주던 할머니의 사랑은 이제 내 아이가 가장 좋아하는 장난감이 되었다. 할머니가 어깨에 워머를 두르고 폴짝폴짝 뛰어다니며 노는 증손녀를 보셨다면 뭐라고 말씀하셨을까? 손녀인 나에게 그랬듯, 세상 가장 따뜻한 눈으로 “아이고. 예쁘다, 내 새끼. 기쁘다” 하셨겠지. 임선아(만 3세 지유 엄마)

배꼽– 민숙영

신비한 보석을 보듯
솜에 싸아 간직한
배꼽을 본다

천륜이라는
부모 자식간의 사이
그 질긴 인연의 흔적을
배꼽으로 남기고
가끔씩 은밀히
들여다보는 보석이여

빛나는 금강석이 제아무리
값지다 해도
이 세상 하나밖에 없는
생명의 근원
그 무엇에 비하랴

사랑이여
사랑하는 사람이여
바쁘다는 핑계로 잊고 사는
모정이 그리울 때
어머니의 젖가슴을 생각하며
배꼽을 확인하라

나는 누구의 자식이며
우리의 부모는 안녕하신가를

시인인 엄마 민숙영 씨의 시. 딸 이린 씨가 아이를 낳았을 때 손글씨로 적어 병원에 갖고 오셨다.
손주의 첫돌 선물로 낭송한 시이기도 하다.

1978

엄마는 딸이 넷인 딸부잣집 시인이다. 엄마는 네 딸의 이름으로 시를 쓸 정도로 시인으로서, 엄마로서 열정적인 사람이다. 내가 이준이를 낳은 지난해 1월, 엄마는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시 ‘배꼽’을 손글씨로 써주셨다. 그리고 지금까지도 손주 이야기로 가득한 시를 문자로 또는 편지로 보내주신다. 아이 돌잔치 때 엄마는 손주에게 주는 선물이라며 이 시를 낭송하셨다. 내가 바이올린을 켜고, 엄마는 딸의 반주에 맞춰 수없이 읊었을 이 시를 한자 한자 정성껏 읽어내려갔다. 엄마는 담담했고, 나는 펑펑 울었다. 다시 엄마와 나의 탯줄이 연결된 것 같았다. 혈관을 타고 온몸에 엄마의 사랑이 따뜻하게 퍼지는 순간이었다. 이린(생후 22개월 이준 엄마)

이불 신윤휘 씨의 시어머니가 물려준 남편 이경원 씨가 어릴 때 쓰던 이불.

1977

남편이 태어났을 때 시어머니가 요로 사용하던 물건이다. 어려운 시절이니 아기 침대 같은 게 있을 리 없고, 두툼한 이 이불로 폭신한 바닥을 만들어주셨단다. 어머니는 남편이 어렸을 때 형편이 어려워 많은 걸 해주지 못해 미안했다고 자주 말씀하신다. 첫아들이 쓰던 소중한 물건이라며 고이고이 간직하셨던 이불을 이제 손주에게 주신다. 미안함과 사랑이 담긴, 따뜻한 담요다. 신윤휘(만 6세 승준 엄마)

포크숟가락과 포크 박신애 씨가 어릴 때 쓰던 숟가락.

1983

첫째 아이가 세 살 즈음 엄마가 주신 숟가락이다. “네가 어릴 때 쓰던 숟가락인데, 이제 이걸로 현민이 밥 먹여라”라고 하셨다. 30년간 곱게 간직한 물건이라니, 신기할 뿐이다. 아이에게 이 숟가락으로 밥을 먹일 때마다 “엄마가 현민이처럼 아가일 때 이 숟가락으로 밥을 먹었대” 하며 어린 시절 이야기를 들려준다. 잘 간직했다 아이들에게도 물려주고 싶다. 내가 받은 세월의 사랑을 아이들도 느낄 수 있으면 좋겠다. 박신애(만 4세 현민 엄마)

아기용 속싸개 신보름 씨가 어릴 때 쓰던 속싸개. 첫째 아이를 낳았을 때 엄마에게 받았다.

1986

구멍 난 속싸개는 내가 어릴 때 쓰던 물건이다. 첫째 아이 출산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어느 날, 출산 가방을 준비하는데 엄마가 갖다 주셨다. 내가 서너 살 때까지 곁에 두길 좋아했다고 했다. 애착 이불 같은 것이었을까. 속싸개에 난 구멍도 내가 네 살 때쯤 가위를 갖고 놀다 자른 자국이란다. 쓰지 않고 보관하려고 했는데, 새것보다 보드랍고 볼 때마다 묘한 기분이 들어 아이에게 자주 쓴다 신보름(만 3세 서안 엄마)

사진 이지아, 김남우 | 오정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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